결혼 후 첫 아빠 생신
생일이 가족 연중행사 같은 집들이 있는 집도 있지만
매년 있는 생일이 뭐라고 그냥 평소보다 조금 더 즐겁게 보내고
맛있는 거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집도 있습니다.
저희 집은 부모님 생일날 같이 밥 한 끼는 먹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동생이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딸들이 챙기지 못할 때는
남동생과 부모님이 식사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작년부터 둘째 동생이 회사를 옮기고 주말에 쉴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정말 오랜만에 아빠 생신으로 모두가 모여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진짜 우연히 9월은 추석으로 식구들이 모여서 밥을 먹고
10월은 저희 결혼식으로 식구들이 모여서 밥을 먹게 되고
11월은 아빠 생신으로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됐습니다.
몇 년 만에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에 있는 둘째 동생까지 모두 모였습니다.
솔직히 자주 모이니 부모님은 너무 좋아하시는데
서울에서 매번 내려와야 하는 동생은 기차표 끊는 것도 매일매일 확인하고
취소표 잡고 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일 년에 한 번 부모님 생신이고 이제 연세가 점점 드시는 부모님이라
제까지 챙겨 드릴 수 있는 생일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챙겨 드릴 수 있을 때 함께 모여서 맛있는 밥 한 끼 먹으며
웃고 이야기하는 거 라도 해야 할 거 같아 지나칠 수가 없는 거 같습니다.
작년 아빠 생신 때는 이제 막 결혼한 큰딸의 사위와
올해 결혼 하게 될 막내아들의 여자친구이자 예비 며느리까지 와서
모두가 모이면 7명이라 시끌시끌하게 보냈습니다.

아빠 생신상
동생들과 밖에서 먹자고 이야기를 했으나 저의 결혼식 때문에
또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밖에서 밥을 먹어서 이번에는 집에서 먹자는 엄마의 제안에
집에서 생일상을 차리게 됐습니다.
집에서 먹기로 해서 하루 전에 부모님 댁으로 가리비 배송 시켜 드리고
당일에 집에서 닭다리살 양념 해서 갖고 가고, 가는 길에 회 뜨고, 생일 케이크 주문 한 거 픽업했습니다.
도착하니 엄마가 장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계셔서 빠르게 엄마를 도와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렸습니다.
아빠 생일 밥 한 끼 먹자고 했던 생일상이 1차 2차 3차 4차까지 한자리에서 계속 먹고 이야기하고
마지막에는 또 먹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집은 모였을 때 술을 마시지는 않는 집이라 이번에도 술은 마시지 않았습니다.
1차는 대광어회, 꼴뚜기회, 가리비 찜, 육회
익히지 않은 신선한 메뉴들이 1차로 시작이었습니다.
그 외에 새우전, 수육, 닭다리구이, 꼬막, 도토리묵, 잡채, 나물 여러 가지 음식이 1차로 세팅되었습니다.
2차는 한우
분명 1차에 상을 차려서 먹었는데 먹자마자 2차로 한우를 구워서 먹었습니다.
상추, 미나리, 파절이까지 준비되어 있어 불판에 구워가며 먹었습니다.
3차는 밥
뭘 먹던 마무리는 밥이 필요한 저라서 엄마가 밥 먹을 수 있게 청국장을 끓여 놓으셨길래
청국장에 밥 말아서 엄마 김치 올려서 먹었더니 배부르지만 마무리가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4차는 생일케이크와 과일
생일 케이크를 잘 먹지 않지만 그래도 생신날 케이크가 빠지면 생일처럼 안 느껴질 수 있으니
조그마한 레터링 케이크를 주문해서 갖고 갔습니다.
요즘 레터링 케이크, 숫자 케이크 등 이쁜 케이크가 많지만 잘 먹지 않기 때문에 한 번도 해드린 적이 없어서
준비했는데 이날 남동생 여자친구가 케이크를 챙겨줘서 케이크가 두 개가 생겼습니다.


부모님 생일상 메뉴 추천
1. 가리비찜 or 해산물찜
겨울철이 생신이라면 무조건 메뉴에 넣으면 좋습니다.
겨울에 가리비 가격이 부담스럽지도 않지만
해산물을 쪄서 솥 째 상차림을 해도 좋고
가리비에 칠리소스나 초장을 뿌려 치즈를 더해 오븐에 구워내면
고급스러운 가리비 구이로도 만들 수 있어
노력 대비 맛도 좋고 보기에도 좋아서 메뉴로 넣으시면 좋습니다.
2. 육회
육회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면 다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한우 육회의 경우에는 고깃집을 가야지만 드실 수 있다고 생각하 실 수 있는데
식당에서 먹는 육회의 가격에 비해 정육점에서 생고기를 구입해서 만들면
양도 두 배 신선도도 훨씬 더 신선하게 드실 수 있어서 추천합니다.
3. 잡채
잔칫날 빠질 수 없는 메뉴 중 하나가 잡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옛 잔치상, 생일상에는 꼭 잡채가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잡채에 들어가는 알록달록한 채소 때문에 음식이 더 화려해 보여서 이지 않나 싶습니다.
4. 갈비찜 or 구운 고기
아무래도 구운 고기, 익힌 고기 하나쯤은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
명절 때마다 LA갈비를 먹기 때문에 이번에 구운 고기는 닭다리살 구이로 준비했습니다.
돼지갈비찜, 소갈비찜, LA갈비 구이가 너무 식상하고 자주 드셨다면
저처럼 닭다리 구이나 등갈비를 이용해서 만들어도 좋을 거 같습니다.
5. 수제케이크
케이크를 자주 안 드신다면 미니 사이즈나 도시락 사이즈로 준비해도 좋습니다.
시중에 파는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케이크도 너무 맛있지만
생신날 조금 더 특별하고 이쁘고 기억에 남을 케이크를 준비한다면
눈으로 보고 기억하는 추억에 남게 될 거 같아 수제 케이크를 추천드립니다.